벨져릭 / 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차라리 조금 더 쏟아져 내리면 좋았을 것을. 어두운 하늘에 빛 하나 비치지 않게끔 잔뜩 가려놓고서는 고작 흐르는 눈물 하나 감추지도 못할 만큼밖에 내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공허한 자리, 일생을 그 하나만 바라봤던 이름이 새겨진 돌덩이를 보며 다시금 목울대가 일렁이는 것을 삼켜냈다. 당신을 닮은 무엇 하나도 이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목을 메이게 해.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 앞에 놓인 하얀 꽃이 빗방울을 맞으며 처량하게 젖어있었다.
당신은 줄곧 말했지. 정작 제일 떠나고 싶은 곳은 닿을 수가 없는 세상이라고. 그는 높은 곳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길 좋아했다.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어두운 하늘 위를 수놓는 별들을 보며 언젠가는 저 별에 다가가고 싶다 했다.
빛보다 빠른 남자여, 타키온. 너는 아마도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제일 쉽게 별을 여행할 수 있는 남자였을 것이다. 자유로이 세상을 떠돌고 살아온 세월에 비해 무구한 감성을 품었으며 소박하지만 큰 포부를 지녔었지. 그러니 지금쯤은 그토록 원하던 땅에 발을 디뎠을지도 모른다. 비구름이 가득한 저 너머에 여느 때처럼 푸르른 문을 열어두고 공기를 가볍게 밟아 여행하고 있을 터였다.
소멸해버리는 것. 문득 생각하니 당신은 별을 닮았어. 특히나 어떤 별을 닮았느냐 하면 누구나 아는 이름을 달고 유별나게 환한 별보다는 그 옆에 은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닮았다. 흘러가듯 순탄한 세월을 지나 끝끝내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그 아무도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한 채 어느새 소멸하고 세상에 부대끼는 먼지가 되어버리는. 그렇지만 어느 순간 또 다른 별의 일부가 되어 세상의 빛을 보겠지.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당신과 다시 만나고 싶어. 조금 더 복잡하지 않은 관계로. 세상은 평화롭고 막힐 것이 없어 일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한 웃음만으로 가득 찰 수 있을 때. 이번 생만큼 의지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질긴 인연을 가지고서. 그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내게 보여주었던 빛을 그대로 머금은 채 만나길 바라네,
타키온,
릭 톰슨, 사랑했던, 앞으로도 사랑할ㅡ